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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회고록 - 격변의 2020이었다고 한다
2020년도 채 일주일이 남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아이패드에 만다라트를 그려 넣으며 가장 중심이 되는 키워드로 적었던 게 '2020 빛나는 26살'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빛은 환하게 빛나는 빛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씨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노력은 했지만 그 결과는 희미했던 것 같다.
2020년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겸 회고를 해본다.(TMI 주의)
업무
1분기- 20년 1월 ~ 3월
회사에서 인턴 멘토를 맡게 되었다. 2018년 1월에 이 회사에서 인턴을 했으니까 꼭 2년 만에 인턴 멘토가 된 셈이었다.
인턴 프로젝트는 React.js로 진행되었고, 마침 리액트를 공부하고 있던 터라 인턴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고, 쑥쑥 느는 인턴분들의 실력에 비해 내 실력은 허접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분들이 어떤 능력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도 없었고, 살갑게 사람들을 챙기는 성격도 아니어서 같은 멘토였던 동기 오빠가 고생이 많았다. (여전히 고마운 사람이다.)
쓰고 보니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사실이다. 그 때부터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갔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 능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던 터라 부끄럽게도 입사 2년 만에 처음으로 퇴근하고도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다.
작년에 들었던 DDD 강의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대리님과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술이 어렵다기 보다는 아키텍처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이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챗봇 연결 서버를 구축할 때 아키텍처링을 담당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굉장히 존경하고 좋아하던 대리님이랑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대리님 덕분에 바닥을 찍었던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대리님이 퇴사를 하신다고 한다.. 좋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서 착잡하다.)
2분기 - 20년 4월 ~ 6월
의도치 않은 커리어 전환이 있었다. 3월 말, 갑자기 매니저님께서 '챗봇에 iOS 개발 인력 필요하다고 하니까 너 다음달부터 그거 하면 돼'라며 뜬금없이 업무를 내리셔서 iOS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그때부터 재택근무가 시작되어서 집에서 하루 종일 인터넷 강의 듣고 공부만 했다. 챗봇 빌더 파트가 워낙에 찐들만 모여있는 파트여서 나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약속들도 다 취소되어서 그 시간을 다 공부하는 데에 썼던 것 같다.
그렇게 첫 번째 iO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팀 내에 스위프트 개발자가 없어서 물어볼 데도 없고 구글에 뭐라고 검색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화장실 가서 울고 나와서 다시 개발했던 적도 정말 많았다.
그래도 PM님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힘든 순간을 넘기고 나서는 나름 뿌듯하고 행복하게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3분기 - 20년 7월 ~ 9월
자잘한 프로젝트들은 있었으나 딱히 크거나 중요한 프로젝트가 없었다.
안드로이드 개발하던 언니도 퇴사해서 프로젝트에 투입될 모바일 개발자가 없어졌고 가끔씩 보임자분들이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iOS 개발하라 그래서 힘들게 공부해서 개발했더니 일이 없어서 다시 웹으로 돌리려는 모습이 보여서 불안했다. 다행히 커리어가 다시 바뀌어서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4분기 - 20년 10월 ~ 12월
순서가 조금 바뀐 것 같지만 프레임워크 개발이 아닌 어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젝트를 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 비해 화면이 많아져서 커스텀 뷰와 커스텀 뷰 컨트롤러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었다.
개발 기간이 정말 기이할 정도로 짧아서 야근도 많이 했지만 서버 개발자가 따로 있어서 iOS 개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프로젝트다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코르도바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말이 iOS 지원이지 실제로는 Vue.js 개발이어서 정체성에 2차 혼란이 왔지만 앞으로 이런 일도 많을 것 같아서 그냥 적응하기로 했다. 코르도바 플러그인 개발도 했고 나름 뜻깊은 시간이긴 했다.
회사 푸시 서비스 인수인계도 받고 본격적으로 iOS 담당으로 업무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이제서야 iOS로 자리잡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내년에는 부족한 iOS 기초 개념들을 좀 더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다른 iOS 개발자들을 만나보고 싶다.
공부
학점은행제를 잘 마무리 했다.
컴퓨터공학과가 아니기도 했고 학부 시절에 배운 미미한 컴퓨터 과목들은 기억도 안 나서 CS 기본지식을 좀 배워보자 해서 학점은행제를 시작했었는데, 인생 처음으로 4.5를 찍어보기도 하고 성적 장학금도 받아보며 나름 잘 마무리했다.
글또를 시작했다.
게으르기 짝이 없던 내 인생에 데드라인이 정해진 일이 들어와서 2주에 한 번씩 강제로 부지런해지는 중이다. 휴가 기간 동안 얼른 중간저장 해 놓은 글들을 다시 재정비해서 올려야겠다.
건강
건강을 챙긴 게 올해 유일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10kg 감량을 목표로 적었는데, 이걸 성공해버렸다.
작년에 시작했던 크로스핏을 꾸준히 다니다가 코로나가 본격화되던 2월 말 센터가 문을 닫았다. 먹는 양은 그대로인데 운동을 안 하다보니 살이 급격하게 찌기 시작해서 헬스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6월부터 10월 말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이던 8월 말을 제외하고 꾸준히 운동을 했고 이때 10kg 감량을 달성했다. 11월에 아주 잠깐 센터가 문을 열어서 그때 다시 크로스핏을 잠깐 한 것을 제외하고 그 이후로 센터도 헬스장도 문을 열지 않아서 운동을 못하고 있지만 아직 요요가 오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사실 운동이 재밌었던 건 새로 들어오는 남자 회원에 비해서 무게를 많이 들고 와드를 수행했을 때, 6시 타임이랑 합쳐도 와드 수행 시간이 1등일 때에 대한 깨알 같은 재미였기에 큰 스트레스 없이 살을 뺄 수 있었던 것 같다.
성과가 하나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가끔씩 같이 등산해준 우리 떡산이들에게도 감사 ;)
취미
뮤지컬 - 스위니 토드, 오페라의 유령, 킹키부츠, 캣츠
은태 배우님이 하시는 모든 뮤지컬을 보려고 했지만 실패. 그러나 킹키부츠라는 인생 뮤지컬을 만났다. 쇼뮤지컬이 최고야..
야구 - 직관 1회...
직관 5회가 목표였으나 코로나 때문에 1회밖에 못했다. 그것도 동기가 표를 구해준 덕에 볼 수 있었다.
결론
프론트엔드 개발자에서 iOS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이 가장 큰 변화였던 2020년이었다.
그래도 차근차근히 작성해보니 올해는 더 멋진 내년을 위한 빌드업을 완료한 느낌이다.
-
주 3일 이상 퇴근 이후 2시간은 학습 시간으로 두기
-
토이 프로젝트 진행하기
-
블로그 포스팅 한 달에 2개 이상 하기
일단은 이렇게 3개의 큰 목표를 정했는데, 블로그에 작성한 만큼 이것만큼은 꾸준하게 지켜보고자 한다.
2021년에는 iOS 개발자로서도, 그냥 나로서도 성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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